Poly Hut: A Room of One's Own 폴리 오두막
보통 거주를 위한 집은 단단한 경계와 내부 공간의 내밀함을 전제로 한다. 방과 거실, 그리고 서로를 연결하는 복도처럼 평면 구성은 일반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거주하기’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일상의 시공간의 단위를 더 작게 쪼갤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무의식중에 학습한 집의 전형(典型, archetype)을 지우고, 우리가 원하는 공간을 다시 그려보는 시작점이 된다.
주택 폴리하우스의 연장선에서 제안하는 ‘폴리 오두막’은 가설성과 가변성을 통해 개인의 공간이 마치 세포처럼 증식되거나 분화한다. 임시 구조물과 일시적인 점유, 용도의 불확정성은 집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건들, 예를 들면 공용공간과 개인실, 실내와 실외 공간의 관계 등에 영향을 준다. 집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주거에 필요한 기능적인 요구를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반기능적인(예를 들면, 가변적이고 구획이 없거나 용도가 결정된 바가 없는) 프로그램들로 설정하였다. 개별 단위 프로그램들은 동일한 크기를 가지고 조합과 그 특성에 맞추어 경계들을 계획한다. 평면 조합에서 프로그램의 위계나 면적의 차이, 실 사이에 명확한 구분은 없다. 고정관념으로 생각해오던 주택의 문법들을 의심하고 해체시킨다. 공간에 대해 우리 자신만의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임시 거주를 위한 이 집은 파빌리온과 같다. 내외부 공간이 보다 잘 연결되고, 계절과 주변 환경에 따라 다양한 구성도 가능하다. 불특정한 사용자의 요구 조건에 맞추며 비로소 건축은 고정된 방식을 탈피한다. 건축도 가구, 조각, 옷처럼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감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소한의 기능을 남긴 프레임들은 풍경을 담고 건축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엮어준다. ‘폴리 오두막’은 중성적이고 정의되지 않는 정자 같은 공간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사용자가 주체적으로 바꿀 수 있는 집이 된다. 우리만의 이상적인 방의 모습과 크기를 상상해보자. 나열된 방과 연결된 순서는 어떤 기준일까? 과연 우리가 원하는 ‘적당하고 만족스러운‘ 공간은 존재할까? 우리에게 끝이 보이지 않는 ‘연속된 긴 방’은 필요할까?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돌아보고, 나만의 공간을 찾기 위한 첫 질문으로써 ‘폴리 오두막’을 제안한다.